내가 글을 쓰는 이유?
오늘은 날씨가 종일 변덕을 부렸네. 이른 아침엔 실비. 조금 후엔 함박눈. 점심시간엔 햇살이 쨍하니 비치더니 오후에 잠시 비. 저녁 시간엔 우박이 살짝. 마치 글을 정말 쓸까 말까?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으려나? 괜한 짓일지? 아니야. 써야 해.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내 마음처럼. 아니다. 날씨 변덕은 어쩌다 한두 번. 내 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바뀐다.
열 살 때. 단 하나뿐인 친구가 죽었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 그녀의 엄마는 ”어차피 인간 노릇 못할 것“이라고 했다. 나보다 두 살 아래인 친구의 미래에 할 수 없으리라 단정 지은 그 ’인간 노릇‘이란 것을 알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혼자였던 나에게, 죽은 친구는 여전히 나의 친구로 곁에 맴돌았다. 수시로 친구랑 이야기했다. 내가 그 인간 노릇이란 걸 알면 너에게 말해 줄 게. 아니야 책을 써야지. 누구든지 알 수 있도록 책을 쓸 거야. 평생을 지내며 한 권은 쓸 수 있을 거야. 딱 한 권만 쓰면 돼.
글쓰기는 친구와의 약속이었고, 나와의 약속이었다. 먹고살기 바빴다는 두리뭉실한 이유로 여기까지 왔고. 이제는 아무것도 핑계치 못할 넉넉한 시간이지만 무엇을 어떻게? 라는 높은 벽 앞에 선 막막함으로 지내는 중이다.
T 스토리와의 시작은 두 걸음이 늦었지만, 11월 9일부터 어쨌거나 두어 줄이라도 쓰기로 결정했고. 오늘까지는 실행 완료다. 며칠을 계속할 수 있으려나 약속할 수는 없어도 하루하루, 여전히 이어가기로 했다. 어느 날 그래, 이렇게 쓰는 거야 할 때까지.
결국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약속이다. 나와의 약속이고 친구와의 약속이다. 지금까지 제대로 인간 노릇을 하며 살았는지? 인간 노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점검하면서. 20241127. Okay, 오늘도 수고했어. 예쁜 꿈 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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