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kay, 오늘도 수고했어.

말다툼

<말다툼>

 욥기의 말싸움을 생각하며 욥의 인내를 생각한다. 고난에 대한 인내가 아니라 친구들의 공격에 대해, 한 마디도 지지 않고 항변하는 욥의 모습을 생각해. 하나님과 사탄의 내기인 줄은 전혀 모르기에, 당연히 인과응보라는 생각이 혹 있으리라는 건 이해해. 그러나 기어이 욥을 회개시키려는 친구들의 태도가 얄밉지? 자기들이 얼마나 똑똑한 지를 강조하면서 말이야. 더구나 극구 무죄를 주장하는 욥을 교만하다고 혼도 내잖아. 정말 친구라면 그저 말없이 손잡아 주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며, 옆에서 도울 일을 찾아야 하지 않는지? 하나님이 참견하시기까지 오랜 시간을 이어가는 말다툼, 다 가버리라고 소리치지 않고 꼬박꼬박 말대꾸하는 욥도 어지간하다는 생각이야.

 종종 가나안을 생각하지. 그럴듯하게 돌아다니는 말과 함께, 진실은 하나님이 가려주실 터이니 묵묵히 견디라는 사람까지. 글쎄 난, 욥이 아니니.

 셋째 시숙의 부고를 받았다. 내 할 일 젖혀두고 김해까지 쪼르르 달려갈 만큼은 아니기에, 부의금만 전달했다. 일터를 떠날 수 없다고 핑계했지. 핑계야 열두 가지도 더 만들 수 있으니까. 계좌 번호 꼭꼭 누르며 생각한다. 확실히 좋은 세상이지?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생각건대 살아계실 때, 나로선 넘치도록 챙겼고. 그때마다 난, 장례식장엔 안 갈 것이라. 했거든. 그럴지라도 뒷말이야 많겠지. 살았을 때의 일 따위야 관심조차 없을 테고. 불참이라는 상황은 확실하니까. 어때. 그러라지.

 학원 수업 중에도 불쑥 들어와, 제수씨, 제수씨의 시어머니에게 가니까 닭 한 마리 사 주소. 제수씨, 제수씨의 시아버지에게 가니까 밤과자 하나 사 주소. 내가 꼭 말할 거구먼. 4번 며느리가 사 줬다고. 마누라가 나가라는데 갈 데가 없어 왔구먼. 기차에서 내려니 춥고, 배가 고팠지. 막걸리 한 잔 마시니. 차비도 없고, 너무 깜깜해 집도 모르겠더라고. 역에서 걸어 내려오다가 경찰서에 들어가서 징징댔더니. 순찰차가 태워 주더라며. 한밤중에 들이닥치기도 하던,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시숙. 두 번의 뇌졸중으로 요양원에서 보낸 세월이 꼭 10년이다. 아마 팔십 언저리의 연세. 본인도 주변도 아쉽지는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또 모를 일이긴 하지.

 가족 묘지가 있는 성주로 온다니 내일의 일정에 따라 어떤 변수가 있을지. 여하간 편안한 밤 되기를 기도하며. okay 수고했어, 오늘도! 20241118.

 

'Okay, 오늘도 수고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마워!  (0) 2024.11.20
한 번 더  (0) 2024.11.19
미루지 마!  (8) 2024.11.17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4) 2024.11.16
카프카의 변신을 넘어  (2) 202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