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지 마!>
아들을 만났거든. 서울역에서.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다섯 시간을 같이 있었지. 교회 예배 시간을 빼고. 지하철의 오가는 시간을 빼고. 젊은 친구들이랑 있었던 시간을 다 제외하면, 둘이 이야기 한 시간은 30분쯤? 그나마도 공통 화제가 없었지. 대학교에 가면서부터 2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으니. 나는 여전히 만나지만 아들에게는 예전 사람 이야기는 ’관심 없다는 말로 딱 자르니. 뭔 말을 하겠냐고. 게다가 본인은 알아서 잘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운동도 잘 한다기에 무슨 운동을 하느냐고 물으니 숨쉬기 운동이라네. 딱 꿀밤 감이지?
사람들과의 대화 중에 정치. 종교. 자식 이야기는 금지라고. 나 때를 말하는 꼰대도 아니라고. 미리 선수를 치네. 그래, 요 녀석, 그래도 그건 아니지. 기독교는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전도하라는 것인데. 물론, 속으로 혼잣말. 그래도 요건 공통 과제 같아서 한마디 했거든. 나 죽거든 활활 태워서 아무 데나 날려버리고 치우라고. 아들 녀석이 대뜸 되받아치네. 그건 살아있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니. 엄마는 신경 쓰지 말라고. 맞는 말이긴 하지? 그래라. 그것도 내 일은 아니다 생각하니 뭔가 더 가벼워지는 느낌. 그 아들에 그 엄마인가?
서울역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나 혼자 서울역에 내려서 가면 되니 너는 네 볼일 보라고 했어. 그런데 기차표가 전 좌석 매진이야. 버스를 알아볼까요? 하던 아들이, 지하철에서 내리기도 전에 카톡으로 차표를 보냈네. 전 좌석 매진 중에도 시간표를 노려보고 있더니 시간 딱 맞춰서 예약 취소된 표가 나온 것이야. 덕분에 차비는 아들이 덤탱이. 지하철에서 나오면서 느긋하게 연결된 시간표로 우리 동네에 도착하니 4시야. 하루 일정치고는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했지.
서울 친구의 명함을 꺼내서 들여다보며 살짝 고민 중이야. 아들과 같은 나이라지만 쌤이라 부르며 메일을 보내야 하나? 조현준. 평론가로 등단한 친구라네. 엄마 혼자 이런저런 고민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글쓰기 하라고 아들이 소개한 사람이야. 박사 과정 중이라는데 나만큼이나 왕따 같은 느낌을 받았어. 글을 쓰는 사람들이 대개가 평범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고. 말하던 젊은 친구를 생각하며. 독서 기록장에서 찾은 한마디를 기억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법 하나는, <미루지 마!> 202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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