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화 한 친구,
아직도 일 해?
내 밥도 하기 싫은 나이.
내 방 청소도 짜증 나는데.
그래.
만날 시간이 없네.
전화, 고마워. 딸깍.
시간은 생명이라는데 너랑은 아닌 듯.
무료 봉사라도 해야 할 시간.
세상 끝에 선 어르신을 맘껏 섬기며.
함께 놀면서 삶을 배우고. 내 남은 시간을 계수하는 일.
적당히 주변 사람을 가르는 잣대가 되기도 하네.
휴대전화 눌러 냉장고 시장목록 확인하고.
옆의 친구 누르면 내 방 청소 시작하는 로봇.
잘 손질된 먹거리에 매끼 따뜻한 솥단지 밥.
깨끗하고 정갈한 살림살이, 감사가 넘치거든.
도서관에 들렀다. 여고 시절을 생각하며
오 헨리 단편을 대출했지.
마지막 잎새랑 놀아야지. 아기자기 예쁜 그림도 함께.
나뭇잎 한 장에 생명을 걸었던 화가를 생각하며.
202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