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꼰대?>
내일은 소풍날. 간식거리는 개인이 준비하라는 문자가 왔다. 굳이 간식을 먹을 일도 없지만 안 먹는 것과, 못 먹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다녀왔다. 아주아주 오래전 소풍날의, 삶은 달걀 두 개. 커다란 막대사탕 두 개와 김밥을 생각했다. 예전의 생활을 돌아보면 지금의 삶은 엄청난 풍요다. 자고 눕는 모든 시간이 감사다. 종종 옛이야기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래. 굳이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 난, 매일 생각하고 있다. 몸과 마음의 가난과 지지리도 못난 삶의 순간들도 함께. 그래서 더더욱, 지금 여기에서의 모든 순간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를 잊지 않기를 바라며.
열한 살짜리가 라면을 얼마나 잘 삶는지 자랑 아닌 자랑을 하기에 난, 열 살도 안 된 나이에 풍구 돌리며 왕겨 불로 밥 지었다고 했다. 별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옛날 생각이 났기에. 그런데 곧바로 반격이 왔다, 요즘 아이들은 왕겨도 모르고 풍로도 모르는데, 꼰대 같은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순간 당황했지만,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었기에. 그러나 그 순간을 자주 떠올리는 것은, 대화의 실종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이 모르는 옛 단어처럼 우리가 모르는 요즘 신조어는 얼마나 많은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으니 공통 분모도 없다. 겉으로 잔잔히 흘러갈 관계를 만드는 비결은 이래도 미소 짓고. 저래도 고개 끄덕거릴 수밖에 없다. 속으로는 매콤 쌉싸름 일지라도.
20241212 Okay, 수고했어, 오늘도 예쁜 꿈 꾸기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