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치동네 2024. 12. 9. 21:53

 

 화장터가 없어졌다. 아니 다른 동네로 완전히 이사했다. 대신, 예쁜 공원이 들어섰다. 이른 봄에 임시 담벼락을 만들고, 화장장 드나들 작은 통로 하나 보이더니. 어느새 마무리 중이다. 빨간 벽돌 계단으로 이어지는 높은 언덕에, 누각이 있고, 절벽 같은 바윗돌에 나무도 심었네. 마치 오랜 세월 찬바람 이기며 살아온 것처럼 푸른 솔로. 여기가 화장터였어? 말이 나올 만큼, ~~ 변했네. 길 건너 텅 빈 공동묘지도 이제는 차량 통행이 잦다. 겨울치고는 너무 따뜻한 날씨 덕인지? 한나절 지나면 풍광이 다르다. 지난주에 동네 주민에게 나눠준 시루떡의 이름이 궁금하네. 화장터의 이사? 공원의 준공?

 

 화장터를 거쳐 간, 공동묘지를 거쳐 간 지인들을 생각했다.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지. 마음에서 먼 길이면, 눈썹 밑도 멀다는 말도 있지만. 평생을 보아온 화장터고 공동묘지였는데 갑자기 낯선 동네가 되었다. 논두렁 밭두렁에 고층 빌딩 들어서는 것과는 다른, 묘한 느낌이다. 이 세상의 마지막 장소로 모이고, 흩어진 많은 사람의 얼굴을 본다. ‘어느새 이 세월?’이라 할 만큼, 이제는 내가 다음 순번이다. 화장터 꺾어 도는 언덕 위에 서서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은혜임을 생각하며. 2024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