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이 아니라 덕분에
<탓이 아닌 덕분에>
아침 일곱 시를 조금 지나 서귀포 숙소를 나섰지. 제주시로 넘어가 시티투어 버스를 타려고. 그런데 시작점에서부터 시간이 틀어졌네. 정류장에 도착하니 공항버스가 막 출발한 뒤여서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고, 공항에 도착하니 시티투어도 10분 전에 출발했다. 이전에는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던 시티투어가 지금은 두 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는데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4시간여. 공항에서 가까운 곳이 있다면 택시라도 탈까? 했더니 이슬비가 내리네. 있으라고 이슬비. 가라고 가랑비라는 말을 생각하며 웃었네. 공항에 있으라고 이슬비로 해석하며, 식당, 기념품 가게를 한 바퀴 돌아 아시아나 라운지로 갔다. 남은 시간에 시티투어가 가능할는지 물었다, 주말 오후의 탑승이라 아무래도 더 복잡한데, 간당간당 바쁘게 움직이다가 곤란하지 않겠냐고 그냥 있으라는 의견이네.
그러지, 뭐. 라운지 창가에 자리를 잡고 다과를 챙기고 책 한 권을 챙겼다. 라운지에 비치되어 있는 책, ‘지킬의 정원’과 ‘미드 나잇’.
<지킬의 정원>에서.
-위치와 토양이 엇비슷해 보이고 지역이 동일하더라도 정원마다 처한 여건이 얼마나 다른지 모른다. “내 경험상~~ ”이라지만. 옆 친구의 경험도 썩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움의 길은 여러 갈래다. 남에게서 배우고, 책에서 배우고, 스스로 시도하며 배우고.
-지름길은 없다. 배울 것이 많다고 지레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저자는 영국의 정원예술가인 거트루드 지킬. 화가. 금속세공. 목공예. 원예가.
<미드 나잇>은 반도 못 읽고 나와야 했지만,
-네가 죽음으로 가는 게 아니라 너에게 죽음이 찾아오는 것이란다.
-자정의 도서관, 여기는 모든 과거의 결과물이 있지. 모든 후회의 책, 한 권.
-모든 삶이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
=주인공은 35세의 솔로인 노라. 실패한 인생이라고 자살을 결정하는데.
공항에서 내려 택시 안에서 열차표를 예매했다. 바로 연결되고. 쉽게 구매하는 참 편리한 세상. 그래서 내 아지트에 돌아오니. 여섯 시도 안 된 시각.
2박 3일의 제주 나들이의 정리 정돈 마치며 돌아보니. 든 것이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 이었다. 오전의 틀어진 계획조차도 말이다. 그 덕분에 받은 서비스를 생각하면 다음에도 비즈니스 좌석표를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야. 비행기 탑승 시간은 고작 1시간인데 대기 시간은 그 이상일 때가 많으니까.
오늘도 감사. 감사입니다. 이 밤도 하나님의 평안이 함께하시길! 2024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