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의 변심.
제주 나들이 이틀째. 가족이 모두 함께 점심식사 후 드라이브를 하고. 커피도 마시고 헤어졌다. 숙소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었지. 할머니랑 같이 자고 싶다고 숙소로 온 손주. 눈치 구단 제 엄마가 슬그머니 수학 문제집을 넣어 보냈네, 심심하면 두어장 풀어보라고. 잠잘 시간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는데 살살 꼬드겨 수학문제를 풀기 시작해서 어느새 열 장이나 풀었지. 조금 쉬었다가 하자면서 아들래미가 가져온 통닭을 먹었거든. 몇 점 먹더니 하는 말, 집에 가고 싶다고. 왜? 시간도 많은데 문제집을 두 장만 더 풀고 휴대폰을 가지고 놀던지 텔레비전을 보든지 맘대로 하랬더니 머리를 좌우로 젓는다. 한계치를 넘었다나 어쨌다나. 자기의 외할머니에게 전화하고. 아빠에게 전화를 하네. 나 좀 데리러오라고.
...
눈시울이 붉어지는 녀석을 보면서 살짝 미안했지만. 어쩐다냐, 뭔 대화를 할 거냐고?
결국. 너무 심심해서 문제집을 더 풀고 각자 휴대폰을 가지고 놀았네. 아들래미가 손주녀석을 데리러 올 때까지.
헤어질 즈음에 19구단 외우기를 했지. 대개 9단까지 외우는데. 수준을 높이자며 암산 규칙을 설명했고. 11단과 12단을 외우도록 도와줬거든.
갑자기 똘방똘방한 눈을 깜빡이며 할머니랑 잘거야.
손주 녀석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기에 딱 잘랐지. 맘 바뀌기전 그만 가시라고. 아니면 또 문제집 풀던가...
10시30분이 지나 아들래미의 전화가 오기에 얼른 보냈네.
수시로 변덕을 부리는 손주녀석 마음. 내 마음도 아예 모르겠네. 서운한 생각일랑 하지말고. 우야던동 오늘도 편안한 밤 되기를! 202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