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치동네 2024. 11. 12. 21:36

 

오늘,

 오늘의 삶 속에는 어제의 삶이 함께하고 내일의 모습에 대한 기대치도 포함되어 있다. 굳이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에 매여 징징대느라 내일로 향한 발걸음이 느려진다는 것이겠지만. 그것 또한 내 삶인 것을.

오늘을 감사하니 지난 세월의 모든 일은 디딤돌이었구나 라는 생각이다. 비록 그 당시엔 집채만큼 커다란 걸림돌이었을지라도. 그것 또한 지나왔음을 생각하면 내일의 모습에도 아등바등 애태우지 않을 여유가 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매일 지나치는 곳이 화장터. 화장터 마당을 채우는 발걸음을 보면서 종종 저세상의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사람들도 대개는 거쳐 간 곳이어서.

오늘랑,

감자 몇 개 더 찌고. 쑥개떡도 두어 개 더 쪄주지.

안집에도 가보고, ~어기 홍이네도 들러 볼까 싶네.

~~~.

찐 감자랑 쑥개떡 하나씩 담은 종이컵, 검은 비닐봉지로 싸서 식탁 위에 놓아두면, 지팡이 짚고서 들고 가기에 딱, 적당한 짐이었다. 대접받는 분들에게는 한 끼 간식으로 딱 알맞은 양이었고.

 혼자 남는 오후 시간의 나들이 계획에, 이른 아침부터 함박웃음을 짓던 어르신. 빈집 늘어가는 시골 마을이지만, 평생을 살았으나 동구 밖도 모르신단다. 대문을 나서면서 똑바로 보이는 골목 끝까지. 대문 이쪽저쪽의 골목 끝이 어르신의 생활 반경. 그마저도 넓은 세상이라 오가는 일이 드물단다. 오늘처럼 나눌 게 있는 넉넉함으로 대문을 나서면,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어르신에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좋은 날이지. 어쩌면 누군가가 기대하는 성공한 인생일지도.

우리 아들이 보내왔어. 내가 좋아한다고.’ 은근슬쩍 아들자랑은 덤으로 함께하는, 행복한 양각 할머니의 나들이를 생각하며. 오늘도 감사 한가득.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