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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빨갛지 않다. 야마모토 미메/고향옥

깨치동네 2019. 7. 24. 09:47

사과는 빨갛지 않다. =야마모토 미메 지음. 고향옥 옮김/ 큰나무.

책속의 주인공은 오타 에미코. 1940년 구 만주 하얼빈에서 태어나 5살 때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해. 아버지는 시베리아에 억류되었고. 어머니와 4남매는 엄동설한의 만주에서 수용소 생활을 했다고 하네. 장티푸스가 발생해 꽁꽁 얼어붙은 시체가 아침마다 산더미처럼 쌓였던 수용소를 빠져나와 20일을 걸어갔다지. 내륙 하얼빈에서 일본으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항구까지.

도중에 불발탄이 폭발하여 어머니가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지만 어머니와 4남매는 일본으로 돌아왔고. 3개월 후에는 어린 동생이 영양실조로 죽기도 했지만 어머니는 힘을 다해 아이들을 키웠다고 해. 주인공인 오타.

여자 미술대학 도안과에 재학 중에 결혼하여 전근이 잦은 남편을 따라다니며 전업 주부로 지냈다고 해. 두 아이를 키우며 남편만 바라보고 살았던 시간을 잃어버린 14년이라고 말하네. 아이조차 싫어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바보 소리를 들으며 분노를 쌓아간 세월이었다고.

서른다섯의 나이에 집을 나갔다고 해.

도쿄의 마치다 시에 있는 대형 할인점에서 시간제 일을 한 달 만에 고열에 시달리며 앓아눕게 되었대.

그 며칠 사이에도 끊임없이 고민한 게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뭘까?’하는 것.

한 번도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대형 할인매장에 취업할 때, 이만한 이력이면 교사가 되는 게 어때요? 하던 게 생각났다는 거지. 시 교육위원회를 찾아가서 알게 된 것,교원 임용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중학교 미술 교사는 서른다섯 살까지.

초등학교는, 서른 여섯까지 연령 제한이 있다는 것이야.

중고등부 미술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오타에게 단 하나 남은 길은

여름 시험까지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곧 바로 대학 교육학부의 통신 교육을 시작하고. 시내에 있는 소요 중학교 미술 임시 교사로 교단에 서서. 낮에는 교사로, 밤에는 학생으로, 초등 6학년. 유치원생인 두 아이의 엄마로 바쁜 생활을 시작했다네.

초등 교사에게 필수 과목인 피아노 실기를 위해 아들과 함께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초등학교 교원 임용 시험을 준비한 오토.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결코 실패할 수 없었던 오토는 마침내 집을 나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정식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하네.

그리고.

재주도 없는 피아노 수업과 50대가 되어도 체육 수업은 해야 하는 현실을 보며. 어차피 프로의 길을 가려면, 자신의 전공인 미술에 승부를 걸고 싶었다고 해.

마흔 셋에 중학교로 옮겨 전 학년 500여명의 미술교사가 되어 그 미술 수업의 성공 사례로 나온 책이 “사과는 빨갛지 않다”는 것이야. 오타의 삶, 오타의 수업, 오타의 교육 철학을 포함해 오타의 수업을 받은 몇몇 학생들의 이모저모를 엮어 놓은 책, 부모 입장에서, 교육자 입장에서도, 학생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게 많은 책이야.

오타의 수업은 풀 스케치로 시작하는데, 풀을 직접, 세심하게 관찰하게 하여 선입관을 깨뜨린다는 것이야. 종류가 다른 풀을 10 종류를 찾아 냄새 맡고, 만져보며 오감을 이용하여 풀의 존재를 온몸으로 느끼며 풀과 이야기하고, 풀과 이야기 한 것을 스케치북에 적고, 그린다는 거야. 풀을 그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자문해보고,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자유를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풀 한 포기 한 포기가 다 다르듯, 우리들도 다 다르다는 것, 다르다는 것은 멋지다고 하네.

사과의 색은? 레몬의 색은? 오이의 색은? 모두들 쉽게 대답하지만. 아니라고.

사과의 색은 빨강이 아니라 노랑이나 초록을 비롯해 다채로운 색이 서로 어울려 있다는 사실은 사과는 빨갛다는 선입관을 털어버려야만 비로소 보인다고 하네. 특별히 색에 있어서

검정색은 어디에도 없단다. 어두운 부분은 검정색을 칠하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색을 섞어야 한다고. 색은 칠하는 게 아니라 그려 넣는다는 것이라네. 색을 넣는다는 것은 칠하는 것과 개념이 다르다고 해. 이 부분은 따로 고민해 볼 요소가 있는 것 같아.

채소 모형 만들기 작업을 하는데 이 학습의 목표는 실물에 얼마나 가깝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대자연의 조형이 얼마나 경이로운가를 마음의 눈으로 관찰하고 배우는 것이래.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먹는 브로콜리 봉우리 끝에 붙어있는 자잘한 알갱이는 족히 몇 만개는 될 것이라는 것도 한 예가 되겠지?

미술에서는 그림이나 입체적인 조각 작품으로 자신의 이미지나 생각을 표현해 나가는데, 이미지의 세계에서는 색채가 대단히 중요하고. 대자연의 색채를 알아야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바탕이라는 거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감각은 아이들의 자존심을 바르게 키워주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해.

수업 진행 과정도 특별해. 환경에 대한 비디오를 감상한 후 환경 문제에 관한 수많은 주제를 대화로 끌어내고. 그 중에서 자신이 스스로 주제를 선택해서 조사, 연구해서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는 거야. 몇 달씩 이어지는 작업 중에 조사 과정을 포함한 주제 발표를 하는 시간도 있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도 스스로 정리해서 공식적인 발표를 하고 나면 누구나 자긍심이 자랄 수밖에 없다는 것이야.

오타가 교사로서 지지해주는 기본적인 바탕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야.

어떤 것을 조사하든, 안 되고 틀리는 것은 없다는 것.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어떤 것이든 조사하면 되고 분량도 자기가 납득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야.

. “휴먼 드림 비전”이라는 수업이 있는데. 지구에 공헌한 인물의 삶과 생각들을 학생들이 스스로 조사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거야. 학생들의 스케치북은 그림보다 조사, 연구 내용이 훨씬 더 많이, 빽빽하게 적혀있는데. 그 내용도 본인이 알아서 그림, 기호, 한자까지 동원해서 배치하고 정리하며 완성해 간다는 거야. 그 과정에서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를 생각해 나가게 한다는 거야 정말 멋진 교사구나 하는 생각, 내 생활 속에 어떻게 접목 시킬 수 있지를 고민하겠더라고. 이런 멋진 교사의 현실은 어떨 것 같아? 교무실의 모든 선생님들, 학부형들도 다 찬성이겠냐고.

**현실의 문제는 이상적이지 않아. 풀 한 포기가 서로 같은 게 없는 것처럼. 같은 교사 입장에서도, 학부모 입장에서도 다른 생각들은 많고 많으니까.

교무실에서는 왕따라네. 시간이 아까워 학교 밖에서의 교사들의 모임에 불참하기도 했지만, 교사들의 일반적 생각은 고등학교 입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5과목 속에 들어가지도 않는 미술 과목 따위라는 거지. 미술 수업을 위해 조사한다고, 자료를 찾는다고 도서실에 들랑거리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현장을 돌아보며 조사하고. 설문지를 돌리는 아이들에게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한둘이겠냐고.

***오죽하면 오타는 자기의 아들이 교사가 되겠다고 하자 극구 반대하여 다른 길을 가게 했다더라고.

*** 이상적인 교사상을 위한 부단한 노력, 그것을 수업에 온전히 쏟아내는 고집 뒤에 숨은 오타의 눈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려고 한다면 또 불가능은 아니겠다 싶네. 그렇게 미술이 하고 싶으면 학교 때려치우고. 집에다 학원이라도 차리는 게 어때요?

하는 말을 들으면 너무 분하고 외로워서 밤새도록 울기도 했다는 오타.

***오타의 수업은 사람을 완전 집중하게 만든다는데.

그 첫째는 교사의 완벽한 수업 준비는 기본. 아이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하는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위엄이 없는 인물은 무시해 버리는 심리를 생각하며 교육자다운 말투, 복장, 자세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해.

학생들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갖게 함과 동시에 겉모습에서부터 수업에 대한 의욕을 보여주고, 위엄을 유지하려고 애쓴다는 것이지.

*어떻게 학생들의 마음을 끌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해 왔다는 오타.

난 어떻게 살 것인가? 그것을 위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매시간 아이들에게 들려주면서 아무리 시간이 부족해도 왜? 라는 부분을 생략한 채, 학생들에게 명령하는 일은 없다고 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다보면 본질을 보게 되고,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하네. 그런 식으로 깊이 파고들다보면 대충 그릴 수 없게 되고, 자연히 그림도 치밀해 진다는 거야.

오타의 그림 수업에서 배우고 싶은 게 많네.

=스스로에게 해 보라는 말이 있어. 넌, 그걸로 만족하니? 라는 말.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작품을 완성시키려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지.

=실패해도 좋아, 해보는 거야. 하는 배짱.

=자기다움, 곧 나다움.

=항상 칭찬하되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결과로 이어질 행동을 한 것만으로도 칭찬하는 것이야. 쓰레기를 주워서. 수업 시간에 일찍 와서, 선생님의 부탁으로 종이를 나누어 주어도, 스스로 스케치북을 펴고 있기만 해도 착하다고, 뭐든, 이유를 들어서 칭찬한다고 하네. 특별히 칭찬에 인색했던 걸 반성하며 주변을 돌아봤어. 그리고 오타의 말이야.

=누구라도, 휴지조각 하나 없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간에 들어서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나는 꽃과 초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 시간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에 푹 젖게 하고 싶어요.

오타의 미술실은 완전히 꽃밭을 이루며, 사방 벽은 아이들의 작품으로 빽빽하게 채운다고 해. 이제. 정리를 마치며 소중한 나를 위해 거실 한 켠에 예쁜 화분 몇 개는 어떨까 생각해.

그리고 나의 나다움을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그것을 위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 지, 고민해 봤으면 좋겠네. 책을 꼭 한 번 읽어 봐. 행복하길! 2019.7.20.